2011년 3월 4일 금요일

꼴리는 한국 영화

얼마전 트위터에서 꼴릿한 한국영화 뽑아 달라는 본인의 요청에 40여명이 멘션을 보내주셨다.
정리하고 보니 화끈한 비주얼 보다는 내러티브 스토리가 있는 떡이 역시 꼴림 포인트가 높다는걸 알 수 있었다.
그럼 시작.

<1표>

바람난 가족.
떡영화의 대가 임상수 감독의 출세작. 
봉태규의 야르~ 보다 성지루의 옥상씬이 기억에 남는다.


미인.
여균동 감독이 예술 영화를 찍어 놔서 떡신자체는 지루 그 자체였지만 이지현의 스펙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이지현은 후일 누드사진을 찍으며 재기를 도모했지만 사기를 당했다는게 밝혀져 안타까움 그 자체.
참고로 남자배우는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야구하는 오지호. 
젊은 오지호를 볼 수 있는데 미남은 숙성되니 더 맛이 좋아지더라.. 추남은 늙어도 역시 추함.
이지현이 이대로 사라진다면 정말 아깝다.


음란서생.
음란서생의 300만 관객동원 실패의 원인은 여배우가 끝내 벗지 않음이었다는걸 캐치한 김대우 감독은 
후속작 방자전에서 주연 여배우를 확실히 벗김으로서 개봉 17일만에 200만 돌파라는 순조로운 길을 가고 있다.
음란서생을 꼽으신분은 조선의 왕비가 원나잇에서 그런 아크로바틱을 펼치는게 인상적이었다는 코멘트를.


하녀.
그러고보니 한 감독의 영화가 두번 나오는건 임상수뿐이다. 역시 떡무비의 달인. 떡달 임상수 감독 답다.
빨대 이정재 선생님의 나르시즘이 꽉 찬 그 씬은 남자라면 꼭 따라해봐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끼지 않나?
자극적인 대사와 클로즈업에 의한 에로틱한 분위기의 떡씬들은 짧지만 굵었다.


살인의 추억.
미치도록 하고 싶었다.. 가 아니라 살인의 추억이라니 번지수를 잘못 찾은거 아뇨?
허나 분명히 나온다. 송강호가 이 시대 힘든 가장의 떡치는 법을 똑똑히 가르쳐주는 훌륭한 영화다.
누워서 손가락 까딱하지 않으면서 되려 전미선에게 똑바로 해라고 살짝 버럭질 까지 하는 송강호를 보면 
87년도엔 인터넷이 없었지만 낭만이 있었구나 라는 훈훈함이 감돈다. 아아 떡의 추억!
추천한 분은 전미선의 팬이 아닌가 의심되는데 그렇다면 전미선 첫 단독주연 연애를 추천한다.

봉테일 봉준호는 마더에서 끝말잇기 떡을 연출하며 그 재능을 또 한번 보인 경력이 있다.
연애.
본인의 자추작. 
아무도 이 영화의 존재를 모르는것 같은데 정말 이쁘게 늙고 계신 전미선님의 첫 단독주연 영화.
팬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가 아닐수 없다. 파격적인 섹스신 보다는 야리꼬리한 상황으로 꼴릿함을 높혔다.


마법의 성.
이후 구본승과 김지은을 연예계에서 사라지게 만든 정말로 마법같은 영화.
김지은은 몇년만에 이름을 강예원으로 바꾸고 새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영화사이트에선 이미 김지은을 강예원으로 바꿔놓았더라.
이름을 바꾼 의미가 없잖어..


애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이은 성현아의 떡무비 2탄.
정확히는 베드신이 아니고 야외에서 서서 뒤치기 이런 씬들이 호평을 받은것 같다.
하지만 배우 성현아 버프는 없었다. 조금 더 살이 올랐으면 좋았을텐데.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정보석과 김성미의 베드씬을 보면 "저.. 정보석!!"  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고 추천하셨다.
본인은 못 본 영화지만 왠지 꼭 봐야 할 것 같은 강력한 추천사. "저.. 정보석!!"


애란.
드디어 나이가 보이는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릴적에 봐서 그런가 애란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추천.
모두들 각자 하나씩 그런 영화가 있다는건 모두가 부정치 못할것이다.
본인은 실비아 크리스텔 누님의 개인교수가 그러하다. 
실비아 크리스텔 회고전을 하겠다는걸 아직도 못하고 있는 게으른 나.


너에게 나를 보낸다.
꿀벅지니 글래머니 신체부위를 부각한 미녀들이 지금은 많지만 그 시초는 정선경이 아닐까?
90년대에 엉덩이가 예쁜 여자라는 시대를 앞서간 별명을 가진 여자가 바로 정선경이었다.
아직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의 이 명대사가 모든걸 말해주지 않나.
 
"이렇게 잡기 좋은 엉덩이는 처음이야"
"모두가 그렇게 말해요"


오! 수정
홍상수와 이은주의 만남이라.. 
어린나이의 여배우가 선택할만한 시나리오가 아니었을텐데 진짜 배우에 대한 갈망이 그만큼 컸던걸까.
영화를 보고 있으면 찌질한 정보석이 너무나 오버랩되서 베드신에 감동까지 느낄수 있었던걸로 기억이..


연애의 목적.
노출도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대사도 일품이었던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는 
남녀노소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저기.. 딱 5초만 넣고 있을게요" 
"미쳤어요~!?" 
"딱 5초만!"

참고로 딱 5초만.. 할때 극장에서 여자들이 다 비명질렀다. 아 그 상황 진짜 웃겼는데.. 
근데 저 대사 먹혀줄때는 사실 꽤 먹히는데 기분 나쁜 여친에게 떡쳐달라고 매달리며 쓰다간 아웃.

이 영화는 여자분이 추천하셨다. 강혜정의 허리놀림이 인상적이었다고.
으음 확실히 한국 떡무비 역사를 언급할때 연애의 목적은 꼭 넣어줘야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2표>

금홍아! 금홍아!
아니 갑수형님이 금홍아! 금홍아! 의 남주였단 말인가.. 하도 예전에 봐서 기억이 가물하구나.
두 분이 추천하셨는데 한 분은 웃겨서 한 분은 한국영화 최고의 베드신이라고, 
어떤 의미 인지는 직접 봐야 확인 가능하겠다. 

이지은은 세기말 이후로 소식이 없는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세기말도 굉장히 꼴릿한 영화였다.
노랑머리 이재은의 원조교제 욕실 뒤치기씬과 그 표정연기가 가히 일품인걸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충무로의 또 하나의 봉, 봉만대 감독은 굉장히 입지적인 인물이다.
에로영화판에서 놀다가 충무로에 입성하여 화제가 되었고 그 첫번째 작품이 바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오지호랑 마찬가지로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야구하고 있는 벡터맨 김성수의 7년전 모습과
작년 아내의 유혹에서 사자후를 터트리던 버럭 애리 김서형의 리즈 시절, 섹시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온갖 다양한 떡씬이 나온다. 인상에 남는건 고속버스안에서 오랄해주는 김서형.
야외 화장실에서 치다 타인에게 들키자 김성수에게 엄청 화를 내는 모습등 리얼한 우리네 삶을 그려냈다.

그래봤자 재미없는 에로영화 감독 수준 아니냐고 폄하하는 당신께.
봉만대 감독은 후속작으로 신데렐라를 찍었는데 거기 여주인공은 바로 신세경.
이만하면 충분히 부러워해도 될 것 같지 않나.


박쥐
이 티저포스터는 야하다고 공식에서는 다리를 훌렁 날려버려 굉장히 재미없는 포스터가 되버렸다.
옥빈이의 ㅎㅁㅈ이 아쉽다는 세간의 평도 있지만 신부를 덮쳐먹는다는 파격과 기괴한 떡장면들.
"나 부끄러움 타는 사람이 아니예요" 같은 대사의 재미도.

여자분이 추천해서 신선.



<3표>



한 분께서 조건에 맞춰 결혼한 남편이 사준 신혼집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이 항가하시다고 했는데
기억에 엄정화 집까지 가서 치는 씬은 없었다고 봅니다. 제 기억이 틀렸을수도 있고..
돈 많이 벌어 봤자 다 필요 없다 현실은 떡 잘치는 감우성에게 마음 주고 몸 준다능 하며 벌벌 떨게 한 아주 무서운 영화.

페이스 오프니 뭐니 까도 엄정화의 지금 페이스는 꽤 맘에 들어했고
떡씬들도 옷을 적당히 걸쳐 입고 재빠르게 하는 본인 취향의 떡영화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유하 감독은 결혼하고 바로 찍은 영화가 이거라서 마누라한테 엄청나게 까였다는 말도..
그러고 보니 유하 감독의 쌍화점을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는게 신기.



물론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키스가 보통 영화라면 쌍화점은 TOP긴 하지만..
송지효와의 떡씬이 펠라도 있고 69도 있고 게다가 상황자체도 존나 꼴릿한 영화가 쌍화점이니 기회 나면 보시길.



청춘
배두나가 벗었다! 했지만 대역이라 배두나의 첫 공식적인 가슴 노출은 복수의 나의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영화제목 답게 청춘이 할 수 있는 떡들이 다채롭게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은 윤지혜의 비닐하우스씬이 기억에 남은듯.
윤지혜는 예의없는것들 에서 신하균과 한층 더 강도높은 섹스신을 찍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고.

청춘엔 여러 스쿨떡이 나오는데 고교시절 동급생끼리의 떡, 여선배와 남후배의 떡, 여선생과 남제자의 떡등등..
배두나는 떡치는 와중에 시종일관 예전 그녀하고는 요렇게 했냐 저렇게도 해봤냐 막 물어보는데 저런 친구들 의외로 많지요.
청춘까지 세분이 추천.



<4표>

올드보이.

금단. 터부. 자세한건 생략한다.
본인이 너무나 좋아라 하는 명작영화.



<5표>


해피엔드.영예의 1등. 무려 5분이 추천해주셨다.
우리 불쌍한 민식횽을 냅두고 마누라가 젊은 남자랑 아주 제대로 바람나는걸 보여준다.
전도연이 시큰둥한 얼굴로 남편 민식횽과 의무방어전을 치루고 주진모랑은 책상 물건 다 떨어트리며
파워쎆쓰를 하는 모습에는 차마 스크린에서 시선을 돌릴수 밖에 없었다.. 아 안돼 전도연 ㅆㅂㄹㅇ!!

그러고보니 올드보이에 이어서 민식횽이 유일한 두작품이 나온 남자배우로.. 아 송강호도 있네.
강호형은 고추도 깠지요. 아직도 가끔 송강호 고추크기라는 검색어로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해.
두작품 나온 유일한 여자배우는 전도연. 과연 칸느의 여왕.

이렇게 해피엔드가 영예의 1등을 차지하고 말았다.
본인에게는 아 해피엔드가 그렇게 섹스신이 대단했던가?
했지만 많은 이들에겐 꽤나 강렬하게 다가온 모양.
아마 인기 많던 전도연이 처음으로 파격 노출 섹스신을 찍는다고 해서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모았다..
고 나름 결론을 내렸다. 조여줭이 벗은것과는 경우가 좀 다르겠지 아무래도.

또 기회가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
남자들이 뽑은 떡 영화 10,
여자들이 뽑은 떡 영화 10,
이렇게 한 번 뽑아 보고 싶누나.



+
그 외 순위와 상관없는 추천들.


어린신부의 성공에 고무되 재빠르게 제작되었지만 재빠르게 망한 여고생 시집가기.
영화 마지막에 티티엘 소녀 임은경과 은초딩이 진짜로 떡을 친다.




한 소년에게 백발모에를 가르쳐 준 우뢰매의 데일리 누나 천은경씨는
백발마녀전의 임청하를 제외하고 그만큼 백발이 잘 어울리는 배우가 없다고 평가받고 있다.





에바 tv판 목소리만 나오던 카지와 미사토의 섹스신.
찢어진 콘돔과 재떨이의 담배로 분위기를 살리고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그 장면에 야릇한 감정을 느꼈을 15세들이 많았을 것.
"이상한거 넣지마" 라는 미사토의 대사에 !! 하던 순진한 기억이 새록 새록.
우리는 이렇게 2D로 섹스를 배웠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먼저 섹스를 배운 세대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은 15년전에 공중파에서 저런 장면이 나온다 이거지.

에바는 최근 tv판 다 달리고 극장판까지 보고 느낀건데 역시 굉장히 성인지향적인 아니메.
성인지향적이라는게 요즘 애니처럼 빤쓰 막 보여주고 가슴 출렁이 아니지고 보고 있으면 아 존나.. 할 내용들로 꾸역 꾸역.
으 이런걸 보고 컸으니 성격이 으그그 해진게 이해가 간다. 내 사춘기를 돌려내라고..

그리고 미사토도 꽤나 정말 좋아했다는걸 다시 깨달았다.
딱 어린 시절에 아 저런 누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캐릭터 그 자체임.. 판타지 누나.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젊드라고! 극장판에서 목소리가 제일 늙게 바뀐게 미사토야! 으허허..

게다가 tv판 극장판 보니까 아 미사토 진짜 개멋짐요.
진짜 어른 그자체임. 신지는 아 진짜 완폐아.. 완전 폐인 아새끼고..
그러니까 결론은




에바 만세!
아스카 만세!

블랙 스완 - 압도적 연출, 혼신의 연기

젊은 시절 무용수였던 어머니 에리카(바바라 허시 분)와 함께 사는 니나(나탈리 포트만 분)는 노심초사 끝에 ‘백조의 호수’의 주역으로 발탁됩니다. 하지만 백조에 비해 악역 흑조를 제대로 연기하지 못한다는 단장 토마(뱅상 카셀 분)의 지적에 니나는 전전긍긍하며 극심한 불안에 시달립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블랙 스완’은 발레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와 흑조, 1인 2역을 연기하기 위해 중압감에 시달리는 광기 어린 여성 무용수의 심리를 극적으로 포착합니다. 주인공 니나는 자신과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자에 밀려나지 않을까 불안해합니다. 니나의 집착은 출혈이 수반될 만큼 등을 심하게 긁는 행위나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나 자신을 저주하는 듯한 환상으로 연결됩니다. 러닝 타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핸드 헬드는 발레의 역동성과 무용수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뒤흔들리는 니나의 심리 상태를 상징합니다.

광기 어린 예술가의 정신 분열이라는 소재는 영화의 단골 소재이기에 ‘블랙 스완’의 전반적인 서사는 전형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연출력과 나탈리 포트만의 혼신의 연기가 어우러져 엄청난 흡인력을 발휘합니다. 심약한 여성 무용수가 남성 단장, 동료 무용수와 미묘한 감정을 형성하기에 멜로로 흐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오히려 주인공의 마음을 옥죄는 원인으로 부각시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간적 배경이 극장과 집 등 실내에 국한된 ‘블랙 스완’은 호러와 미스테리의 요소를 갖춘 연극적인 스릴러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꼼수 같은 반전에 의존하지 않고 직선적이며 우직하게 결말로 쇄도하는 것이 ‘블랙 스완’의 매력입니다. 해피 엔드에의 타협과 유혹을 단호히 거부하고 절정의 순간 파국에 치달아 엔드 크레딧을 올림으로써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자신의 목숨과 예술의 완성을 맞바꾸는 예술가의 혼이라는 소재는 일반적이지만 그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 ‘블랙 스완’은 압도적으로 힘이 넘칩니다. 대중 앞에 서며 자아 분열에 시달리는 여주인공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곤 사토시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퍼펙트 블루’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자아 분열과 고통의 원인, 그리고 결말은 ‘블랙 스완’과는 다릅니다.

의상과 분장, 소품을 중심으로 관람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니나가 흰색 의상을 즐겨 입는 것은 백조의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흑조 연기에 취약한 약점을 시사하는데, 동료이라 라이벌 릴리(밀라 쿠니스 분)로부터 검정색 옷을 받아 입은 후 흑조 연기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클라이맥스의 니나의 강렬한 얼굴 분장과 온몸을 흑조의 검은 깃털이 잠식해가는 CG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니나의 집 욕조에는 백조 그림이 눈에 띕니다. 니나의 휴대 전화와 오르골은 ‘백조의 호수’의 테마가 장식하는데 휴대 전화 벨 소리와 오르골의 테마는 니나의 신경을 자극합니다. 참다못한 니나는 오르골을 내던져 박살내지만 하반신 밖에 남지 않은 오르골의 무용수 인형은 여전히 춤을 춥니다. 이는 죽음의 순간까지 춤을 추어야 했던 니나의 운명을 직접적으로 암시합니다.

나탈리 포트만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첫째는 정신 분열적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며 둘째는 무용수로서 자연스럽게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아역 시절부터 연기력이 입증된 나탈리 포트만은 4살부터 13살까지 발레를 익힌 경험과 ‘블랙 스완’을 앞두고 하루 5시간의 맹훈련을 바탕으로 극중에서 정신 분열에 시달리는 무용수의 연기를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나탈리 포트만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은 우연이 아닙니다.

프랑스 출신의 발레단 단장 토마 역의 뱅상 카젤은 야심 넘치는 바람둥이 보스의 이미지에 부합됩니다. 니나에 갑작스레 키스하는 등의 장면에서 과연 토마가 니나를 유혹하는 것인지 아니면 니나의 잠재된 연기력을 끌어내는 것인지 불분명한, 속내를 알 수 없는 괴팍한 캐릭터이기에 니나는 토마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더욱 혼란스러워 합니다. 은퇴 이후 폐인이 된 발레리나 베스 역의 위노나 라이더는 배우의 실제 삶과 등장인물의 이미지가 겹쳐져 아련함을 자아냅니다

더 브레이브 - 코엔 형제, 원숙의 경지

14세 소녀 매티(헤릴리 스타인펠드 분)는 악당 톰(조쉬 브롤린 분)에게 살해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악명 높은 보안관 루스터(제프 브리지스 분)를 고용합니다. 텍사스의 레인저 라뷔프(맷 데이먼 분)가 가세해 세 사람은 톰을 찾기 위해 인디언 마을로 향합니다.

1969년 존 웨인이 출연했던 동명의 영화로도 알려진 찰스 포티스의 원작 소설을 코엔 형제가 다시 영화화한 ‘더 브레이브’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보안관이 악당을 쫓는 서부극이지만 서부극의 전형을 과감히 타파합니다. 우선 주인공이 서부극과는 거리가 먼 14세의 소녀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소녀를 돕는 보안관이 잘 생기고 멋들어진 젊은 남성이 아니라 늙고 추레한 알코올 중독자라는 점도 다릅니다. 젊은 보안관도 등장하지만 여성을 존중할 줄 모르며 하늘 높은 자부심에 비하면 총잡이로서 기량이 의심스럽다는 점 역시 서부극의 전형과는 동떨어져있습니다. 액션보다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바탕으로 서사가 전개된다는 점 역시 독특합니다. (‘더 브레이브’의 엄청난 양의 맛깔스러운 대사는 ‘소셜 네트워크’에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렇듯 세 명의 주인공의 개성을 찬찬히 뜯어보면 ‘더 브레이브’는 서부극보다는 서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코엔 형제의 영화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범죄자로 가득한 남자들만의 거친 세계를 여주인공이 헤쳐 나간다는 점에서는 ‘파고’를 연상시킵니다.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서사는 코엔 형제의 장기입니다. 매티가 어렵사리 복수를 쟁취하지만 그 대가를 엉뚱한 곳에서 비싼 값에 치르는 것 또한 삶의 아이러니를 강조하는 코엔 형제의 영화답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살인마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들어 여운을 남긴 것과 같이 ‘더 브레이브’도 라뵈프의 후일담을 소개하지 않아 여운을 자아낸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선악이 불분명한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긴장과 유머, 잔혹한 폭력 속에서도 빛나는 클라이맥스의 감동적인 질주 장면의 동화적인 연출은 코엔 형제의 전매특허입니다. 서부극의 전형을 깨뜨리면서도 관객의 서부극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총격전 장면의 연출 기교와 감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인연과 죽음에 대해 관객으로 하여금 음미하게 하는 쿨하면서도 따스한 에필로그는 코엔 형제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후 원숙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입증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더 브레이브’는 서부극의 틀을 빌려 아버지의 죽음을 뒷수습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자립심 강한 소녀를 묘사한다는 점에서 ‘윈터스 본’을 연상시킵니다. 폭력적인 성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성장하는 소녀 가장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윈터스 본’과 ‘더 브레이브’는 유사합니다. 소녀를 위협하는 듯하면서도 실은 보호하며 부성의 부재를 메운다는 점에서 ‘윈터스 본’의 티어드롭과 ‘더 브레이브’의 루스터는 비슷합니다. 물론 코미디와 액션의 요소가 강해 상대적으로 오락적인 ‘더 브레이브’와 하드보일드 정극에 가까운 ‘윈터스 본’의 무뚝뚝한 분위기는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더 브레이브’의 매티는 수다스럽고 과장된 캐릭터이지만 ‘윈터스 본’의 주인공 리는 차갑고 과묵한 소녀라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더 브레이브’의 매티로 분한 헤일리 스타인펠드와 ‘윈터스 본’에서 리로 분한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는 놀라우리만치 카멜레온처럼 자유자재로 변화합니다. 평소에는 위스키에 찌든 주정뱅이 늙은이에 불과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눈에서 광채를 뿜어내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합니다. 서부극에는 어울리지 않을 듯한 맷 데이먼이 평소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의상과 분장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운 것도 흥미롭습니다. 세 주인공이 러닝 타임 내내 뒤쫓는 톰 역으로 조쉬 브롤린이 분해 클라이맥스에만 출연하는데, 내내 얼굴과 정체를 숨기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 주인공의 면전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케빈 스페이시가 분했던 ‘세븐’의 존 도우를 떠올리게 합니다.

영화 본편과는 무관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제 ‘True Grit’가 ‘더 브레이브(The Brave)’라는 이상한 영문 제목으로 다시 이름 붙어 국내에 개봉되었다는 사실입니다. ‘True Grit’라는 제목 그대로 ‘트루 그릿’으로 명명되어 개봉될 경우 그 의미를 아는 이가 드물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해하기 쉬운 영어 단어를 활용해 ‘더 브레이브’라는 영문 제목을 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차라리 ‘진정한 용기’라고 번역된 한글 제목을 붙이는 편이 영화의 주제 의식에 부합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