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일 수요일

기분이 복잡한 추억의 만남 - 라스트 갓파더 (The Last Godfather, 2010)

라스트 갓파더 (The Last Godfather, 2010)


라스트 갓파더...
디워 때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또 이런 저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영화인데...
우뢰매나 영구와 땡칠이를 미치도록 좋아했던(모든 시리즈를 다 똑같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아직도 좋아한다. 아마, 앞으로도 좋아할듯... ^^) 사람이어서인지 보러 가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내어 감상해 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복잡한 기분이었는데... 보고 나니까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음...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일단 뭐 기본적으로 이렇다.
미쿡에 나타난 영구... 그 영구는 이제 분장의 힘이 없어도 충분히 늙었고,
그 영구의 개그는 늙은 세월을 느끼게 한다.
옛날에 보여 주던 그런 개그에서 별반 발전하지도 않았지만,
문제는 영구가 나이를 먹은 만큼 자동적으로 퇴보를 했다는 거...
(예를 들어 같은 슬랩스틱 동작이라도 젊을 때 영구의 날라 다니는 액션과,
몸 가누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지금의 영구의 액션은 애초에 차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수십년 전의 추억이 작품이야 무시무시한 추억의 보정치가 더해지니 재미있다지만,
그 추억의 보정치가 희미한 이 작품은 아무래도 더 냉정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부분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더 웃기진 않았다.
이 영화가 재미있냐 재미없냐 혹은 웃기냐 웃기지 않냐...를 떠나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더 웃기진 않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확실하다.




정말 기가 막히는데... 이 영화에서 내가 웃었던 장면들 중 상당수는 예고편에 나왔던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재미없다고 하품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내 웃었던 것도 아니었다. 정확히 다섯 군데서는 제법 크게 웃었는데...


첫번째는, 뒤집어 장면
두번째는, 사진의 방망이 장면
세번째는, 영구가 포레스트 영구가 되어 사람들을 돕는(?) 장면
네번째는, 마을 사람들을 협박하면서 천장에 총질하는 장면
다섯번째는, 영구와 낸시의 자동차 장면...등이다.


 꾸준히 슬랩스틱을 시도하고는 있는데 기대처럼 웃기진 않는다.
스크린의 영구도 나이를 먹었고, 보고 있는 나도 나이를 먹은 것이다.




영화는 뭐 딱 예상한 그 정도의 영화였다.
단지, 기대보다 더 좋았던 점은 영화의 완성도는 다행히도(?) 아주 나쁘지 않다는 거.
좋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냥 보는데 별 지장은 없는 수준은 된다.


전개도 예상한 그 정도다. 바보 같은 영구의 행동은 바보라고 놀림을 받으면서도
필요한 순간에 놀라운 우연인지 필연인지를 발생시켜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케 하는 놀라운 긍정의 힘을 보여준다.
아무리 빈틈투성이고 아무리 실수를 하고 그래도 결국 신은 영구의 편인 것이다.




옛날 옛날 어린이용 한국 영화에서 나오던 패턴은 그대로인데...
그게 헐리웃에서 영상화가 되어서 그런지 옛날 그 허접한 퀄리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사진과 같이 사람이 폭발에 휘말리는 장면도
예전 어린이용 한국 영화에서는 검댕 좀 칠하고 연기 감깐 나면 그만이었지만,
헐리웃에서는 이 정도 공을 들인다.
이런 정성들이 이 영화가 비교적 멀쩡하게 보이는 이유일지도... ^^;;;




그래도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라면 영구가 낸시와 춤을 추는 이 장면...
어울리는 특수효과까지 더해져 생각보다 분위기가 잘 살아나던 명장면이었다.




하지만 정말 놀라웠던 게 영구와 낸시의 자동차 벌(!) 장면인데...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서 이뭥미?...라고 할만했다.
하지만, 재미는 무척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이 자체가 추억을 묘하게 자극해서 좋았다.


요즘의 어린이 영화들은 모르겠지만, 옛날의 어린이 영화들은 은근히 위험한 부분이 많았다.
지금보다 어린이 보호에 미흡했던 당시의 보편적 정서를 반영하는 부분도 있고,
또 그 당시 기준이라도 어린이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묘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라스트 갓파더의 이 자동차 벌 장면은 그런 향수를 자극했다.


뭐, 나로선 영상물의 등급가를 철저하게 지지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기준도 없는 막장 등급가는 그 자체로 납득이 안 가는 부조리이고... 암튼 한국에서이 등급가는
검열이나 규제처럼 역사의 악이라 생각한다. 아예 없어지라면 이상하겠지만)




지못미 원더걸스...라는 말이 왜 나왔나 했는데, 정말 그랬던 것 같다.
특히 압권인 게... 이 장면에서 멤버들을 차례로 비추면서 뚱뚱이가 이 음식도 좋고 저 음식도 좋다고
하는 대사 장면을 합쳐 놓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멤버별로 음식에 대응하게 되는 묘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정말 지못미다. ^^;;;




 개인적인 느낌은 참 애매했다. 초중반까지는 지루하다까지는 아니라도 몰입도가 떨어졌는데,
후반부에는 어느샌가 좀 몰입이 되어 있어서 놀라기도 했고...
 뚜렷하게 재미있는 부분이 없지만 지루하지는 않았고...
 영화의 완성도는 딱 기대한 그 정도, 아니 사실 기대한 것보다 좋았고...(기대한 것보다)


 하지만, 내가 설사 이 영화를 재미없게 봤더라도 난 이 영화를 지지한다...라기 보단,
이런 영화를 지지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이런 영화란  심형래식 마케팅(?)으로 만들어지는 그런 영화의 의미가 아니라,
보다 폭넓은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말한다.
 내가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극장에는 어린이들이 어느 정도 있었는데 내가 예상한 것보다
재미있게 보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어느 어머니가 재미있었니라고 묻자, 정말 해맑게 응!...하고
소리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어느 할머니가 손녀와 며느리? 암튼 그런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서
이 영화를 보러 왔었다. 손녀가 할머니를 부축해서 와서 영화를 보고 또 부축해서 나가던 그 장면도
역시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것만으로도 이런 영화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고도 넘치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한국 영화가 너무 힘만 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완성도에 있어선 이 라스트 갓파더보다 못 하고 재미에 있어선 옛날 어린이용 영화들만도 못한
그런 허접하고 형편없는 영화들이 많지만 그런 영화들도 포장은 똥멋을 부려 놓는다.
 해외에서 인정 받는다느니 스타일리쉬하다느니 뭐 그런 것들도 다 좋겠지만,
그런 영화들이 어린이들부터 노인들에게까지 모두 즐거운 관람을 할 수 있는건 아니지 않나.

 그런 점에서 본다면 너무 멋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너무 유치하지도 않으면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그런 영화에 너무 목이 마른 게 아닐까.
 독립 영화니 예술 영화니 그런 것도 다 좋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가족들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닐까. 더빙 애니메이션 같은 것 말고 말이다.
 그리고 기왕에 그런 영화라면 안심하고 허접하게만 만들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만들면 좋고,
그런 영화에 대해서는 또 너무 강력한 잣대는 들이대지 않으면 좋고 말이다.


 영화 자체는 영화를 볼 때부터 지금까지 몇번이고 생각을 해도 재미있지도 않고 재미없지도 않는
그런 애매한 영화라고 하겠지만... 난 모처럼 극장에서 본 그 어린이와 할머니의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를 왜인지 지지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
























 *** 잡설 ***
-영화 초반의 총격전 사운드는 쌍팔년도 한국 영화를 연상케 하는 딱콩 사운드라서 추억의 실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후반부의 총격전 사운드는 상당히 놀라운 총소리를 들려 준다.
보통 성인 대상이 아닌 다른 등급의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총소리를 죽인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달랐다. 그 총소리 때문에 블루레이를? ^^;;;
-영화는 뭐 5.1채널을 실감할 부분이 예상대로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사운드 활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후반부 총격전 장면과,
원더걸스의 공연 장면! ^^
-영화 배경이 꽤 오래 전인데...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파는 사람이 사용하는 포장마차 장비가,
요즘 김밥집에서 사용하는 김밥 재료 나눠 담아 두는 것과 똑같았다.
-엔딩은 사실 막장 아닌가? -.-;;;












라스트 갓파더 (The Last Godfather, 2010)
<영 화>
장점 - 연령 구분 없이 전세대를 아우른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단점 - 웃고 싶었다는 모 평론가의 감상평에 100%까지는 아니라도 상당히 동감이 갔다

망할 놈의 극장들!!! --+ - 메가마인드 (Megamind, 2010)

라스트 갓파더를 보러 갔다가 본 영화 예고편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메가마인드였다.


 수퍼 히어로물을 좋아하기도 좋아하지만, 뭔가 또 살짝 비틀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꽤 흥미가 갔고...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개봉 날짜가 13일이었다. 언제쯤 예매할까 생각을
하려고 모 극장 체인 홈피를 들어가 확인하다가... 팍!-하고 혈압만 올랐다.
 막 개봉한다는 영화가 당췌 개봉관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서
목록을 살피다 보니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3D 개봉관으로만 싹 몰아 버린 것!
이 망할 극장들 덕분에 이 영화를 볼 생각을 바로 접었다. 3D고 4D고 난 싫어~








( 이미지 캡쳐 : www.cgv.co.kr  /  www.megabox.co.kr )
오른쪽에 보이는 메가마인드가 바로 이 분노의 주인공(?)이다.




CGV로 와서 보니, 호오... 한 영화를 놓고 목록이 많기도 많다.
필름 더빙에, 디지털 더빙에 자막, 디지털 3D 더빙에 자막, 디지털 4D 더빙에 자막,
거기다가 IMAX까지... 헉헉.




내 취향대로 일단 디지털, 그중에서도 더빙을 눌렀다.
어라라??? 분명히 디지털 더빙을 골랐는데 옆에 극장 선택 화면에서 선택 가능한 극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서울에는 없다. 인천/경기에선 달랑 안양 하나...
이게 뭔 상황??? -.-;;;




이번엔 디지털 자막을 눌러 보았다. 헐!!!
서울은 물론, 인천/경기도 전멸이다. -.-;;;




이번엔 디지털3D더빙을 눌러 보았다. 헐!
갑자기 도배하듯이 극장들이 줄줄이 활성화가 된다. -.-;;;




디지털3D자막은 그보다 더 많다...




디지털4D더빙은 몇개 안되긴 하지만, 분명한 건 몇 개라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디지털4D자막도 마찬가지...


3D나 4D가 아닌, 필름도 그냥 디지털과 사정은 같다.
눌러봐야 서울은 전멸이다. 이런 망할 상황이 있나... --+




혹시나 해서 새미의 어드벤쳐를 눌러 보았다.
그냥 더빙의 경우 서울 전멸... -.-;;;




디지털 더빙은 간신히 서울에 불광 하나 있다.
저거 보자고 내가 불광까지 갈 것 같아? --+




디지털3D더빙을 누르니 헐! 역시나 넘쳐나는 극장들...
이건 완전 고의이자 극장의 횡포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막장 상황이다.




혹시나 해서 메가막스로 와서 확인해 보았다.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필름 메가마인드는 서울에선 상봉 하나... -.-;;;




더빙 메가마인드는 서울/경기 전멸이고 창원에 달랑 하나... -.-;;;




디지털 더빙을 누르니 CGV보다는 상황이 낫다.
그래봐야 서울/경기에 달랑 4개... -.-;;;




그냥 디지털은 서울/경기에 달랑 하나... --+




3D 디지털 더빙을 선택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 뜨는 극장들... --+




3D 디지털도 그보다는 적지만 역시 줄줄 뜬다.




왜 이럴까?
원인은 너무나 간단하다. CGV를 예로 들겠다.
메가마인드 디지털 더빙의 조조 관람료는 5천원이다.




메가마인드 디지털 더빙의 일반 관람료는 8천원이다.




메가마인드 디지털3D더빙의 조조 관람료는 8천원이다.
조조인 주제에 일반 디지털의 관람료와 같고, 조조 디지털의 두배!!!




메가마인드 디지털3D더빙의 일반 관람료는 무려 1만 3천원이다!
일반 디지털의 조조 + 일반을 합쳐야 나오는 가격이다. -.-;;;




메가마인드 디지털4D더빙의 조조 관람료는 헉! 무려 1만 1천원이다.
일반 디지털의 조조 2개를 보고도 1천원이나 남는다. -.-;;;




메가마인드 디지털4D더빙의 일반 관람료는 크헉! 젠장맞게도 무려 1만 8천원이다.
일반 디지털의 조조 3개를 보고도 무려 3천원이나 남기도 하고.
일반 디지털의 조조 2개를 보고도 일반을 하나 더 볼 수 있기도 하고,
일반 디지털의 일반 2개를 보고도 2천원이나 남는다.




 극장들의 이런 횡포의 목적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하다.
 극장의 이익을 위해 관객의 선택을 무시하고 비싼 요금을 강요하는 것이다.


 3D고 4D고 간에 볼 사람이 보면 되는 거지,
이렇게 도배를 해서 그냥 필름이나 그냥 디지털를 보고 싶은 사람들을 개무시하며
!!! 비싼 요금을 강제로 뜯어 내려고 작정하고 이런 막장 횡포를 부리다니,
정말 없던 정도 떨어지는 극장들이다.


 이러니 다운 받아 본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안 나올 수가 없지... 암튼 참 한심하다

2011년 1월 31일 월요일

코믹으로 위장했지만, 전쟁과 현실의 풍자를 가득 담은 - 평양성 2011

평양성 2011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이 알고보니 오늘 개봉했다. 개봉을 언제 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그냥 극장 상영작에 있길래 그냥 보았는데... 와서 보니 27일 개봉~


 이 작품은 황산벌(2003)에 이어지는 후속작품이며 3부작으로 기획된 이준익 감독의 역사 3부작의
두번째 작품이다. 황산벌 - 평양성 - 매초성(매소성)...의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이 지명들은 삼국 시대 후반에 신라가 삼국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곳들이다.


 황산벌 이후 8년인가? 김유신이 노망 든 노인네로 나오고 있는데... ^^;;;
 다행히(?) 예정대로 3부작의 마지막이 매초성이 된다면 김유신은 안 나오거나,
아니면 평양성에서 연개소문이 특별출연했던 것처럼 살짝 등장할 수 있겠다.
매초성 전투 전에 김유신은 죽었으니까.


 이준익 감독의 역사 3부작은 영화 자체의 재미를 떠나서, 한국인들에게
특히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에게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땅의 역사에 있어서 큰 전환점을 맞게 한 삼국통일을 다루고 있는데다가,
배경은 분명 고대의 삼국인데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괜찮았다. 영화의 참혹한 진실이 코믹과 잘 어우러져 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고,
그렇기에 감정을 자극하는 장면들도 공허하지 않고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삼국이 (원치는 않았지만) 통일을 향해 달리는 이 과정은,
요즘 재미있게 보는 킹덤의 시대, 즉 열국의 통일 과정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이기 때문에
더욱 보는 맛이 있었다.
 열국과 삼국, 그리고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기본은 똑같다.
 사실, 인간사라는 게 다 그렇지만...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우스운 사진과 함께 웃기는 텍스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시무시한 말이다.


 백제가 멸망한 후, 나당 연합군이 고구려를 치려는 이 영화에서 김유신은 고구려에게
저런 제스쳐를 하며 같이 당나라를 치자는 식의 전략을 내세운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보나 뭐로 보나 병신이 아닌 이상 이 상황에서 당나라에 대항하기 위해선
그래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목적이다. 김유신이 고구려에 저런 제스쳐를 내미는 것은
고구려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신라를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제스쳐처럼 보여도, 그 목적에 따라 의미나 전개는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로도 김유신은 대단히 감이 좋고 통찰력이 있는 인물이었을 것 같긴 하지만,
영화의 김유신은 사실상 공명이니 뭐니 하는 유명한 전략가(삼국지 정사의 공명이 아니라,
삼국지연의의 공명을 말한다. ^^)들 뺨치는 무시무시한 인물로 나온다.



아예 죽어 버린 계백과 달리, 특별출연한 연개소문...


드라마 연개소문에선 너무 띄워주기는 했지만, 이 인물도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데...
수당이라는 대괴물(국가 간 전쟁은 근본적으로 국력 싸움인데, 이 시기의 수당은 지구상의
괴물급 국력을 갖추고 있었다. 고구려 같은 나라 혼자서 맞섰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그쪽 전략에 문제가 많기는 했지만...)에 맞선 고구려의 영웅이라는 평가도 있고,
왕을 시해하고 고구려에 심각한 분열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고구려를 망하게 한 원흉이라는
평가도 있다.
 양쪽 모두 일리 있는 얘기이다.
 하지만, 나로선 전자 쪽에 조금은 더 힘을 실어 주고 싶다.
 왜냐하면, 고구려 말기 고구려 왕이었던 영류왕의 매국노 짓을 생각하면,
연개소문 아니었어도 고구려는 망했을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흔히들 힘이 모자랄 때 무조건 굽신굽신하는 것을 놓고, 수모를 견뎌 힘을 길러 복수한다...라는
이상을 꿈꾸는 경우가 많은데, 역사에서 이런 경우들 중에 정말로 힘을 길러 복수하는 결과보다는
그렇지 않은 결과가 훨씬 많다. 이유는 이런 이상을 진실로 꿈꾸고 노력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기득권 세력에서 강대국에 빌붙어 기득권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연개소문 사후 고구려는 심각한 분열로 지리멸렬하게 된다.
연개소문이 잘 나고 그 아들들이 못나서라기보다(물론, 연개소문의 아들들은 심각하게 멍청했다...),
연개소문이 정권을 잡는 과정에서 이미 고구려는 심각한 분열이 일어났었지만,
거대한 외세의 침입이라는 현실의 문제와 그런 상황에서 나름대로 발로 뛴 연개소문의 능력으로
그 분열의 진행을 살짝 늦춘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분열 이전에 이미 중국에 대한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으로 분열이 심각했고
그 결과물이 연개소문의 정변이었긴 하다.
 (개인적으로 저 온건파라는 명칭 자체에 굉장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일단 강경파에 비해서 온건파라는 명칭 자체가 더 나아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그 내용은 웃기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적이 으르렁 거리며 덤벼 오는데, 강경이고 온건이고 없는 거다. 살아 남느냐 먹히느냐 뿐이지.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온건파가 정말로 당장의 수모를 견디고 후일을 도모하려는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대체로 이런 온건파들은 기득권 세력이며, 그 기득권을 전쟁 속에서 잃지 않으려는 발버둥의
표출이 온건파 성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들 기득권은 나라가 망해도 자신들의 기득권만 이어지면
아무 상관이 없고, 적국에서 재물과 여자들 바치라고 그래도 신나게 가져다 바칠 뿐이다.
자기 재물이 아니라 백성들의 피를 쪽쪽 빨면 되는 거고, 여자들이야 내 여자 아닌데 뭔 상관~이라는
심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건파라는 웃기는 명칭이 사용되는 이유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어지는데다가 잡설이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생략한다. ^^;;;)


 사진의 남건은 영화에서 무식 강경파로 나온다.
 강경파라고 해서 이렇게 아무 전략도 없이 그냥 무식하게 싸워야만 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영화에서와 같은 무식한 강경파들은 강경파가 아니라, 그냥 돌아이파다.




연개소문의 장남이면서 고구려의 배신자인(이거 실제 역사다. 영화적인 픽션이 아니라...) 연남생.


소위 말하는 온건파들이 실제로는 이런 매국노가 되거나,
아니면 매국노라고 딱지는 안 붙어도 실질적으로 하는 짓은 매국노인 경우가 많다.
왜냐? 이들은 애초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던 부류이기 때문에,
그 이익이 지켜진다면 혹은 더 큰 이익이 보장된다면 나라 따위야 알 바 아니라는 인간들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로 역사에서 이런 매국노들은 말로가 안 좋다.
 실컷 이용하고 목적이 달성되면 매국노들은 죽여야 한다는 본보기로 바로 죽여 버리는 경우가 많고,
살려두더라도 이후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혹은 살아도 산 게 아닌 꼬라지를 만들어 버린다.
 한국처럼, 근현대사에서 열심히 활동한 매국노들이 시대가 바뀌면서도 계속 중용되어,
기득권 세력으로 만들어지고 떵떵거리며 군림하는 이런 막장인 경우가 이상한 경우인 것이다.


 암튼 나라는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그나마 앞에서 버티고 있던 구심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참 잘들하는 꼬라지였다.




이렇게 주변국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집어 삼키려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당사자인 고구려는 내부 분열로 혼란에 빠져, 심지어 연개소문의 장남이란 놈은 저렇게
나라를 팔아 먹을 궁리만 하고 있고... 고구려가 망할 만하다.


 개인 대 개인의 약속 같은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국가라는 시스템 안에서 이뤄지지만,
나라 간의 약속 같은 것은 그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힘"밖에 없다.
 강자는 약자와의 약속 따위를 지키려 하지 않으며,
어제의 강자가 오늘의 약자가 되면 약속 따윈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한 역사의 진리 중 하나이다.


 이런 기본 중의 기본도 모르고... 떨거지 주제에 당나라를 상대로 땅 받을 약속을 하고
매국 행위를 하는 연남생은 머저리일 뿐이다. 생각해 보라. 당장 하나의 나라인 신라와의 약속도
지킬 생각이 없는 당나라인데, 자기네 나라에서도 쫓겨난 떨거지에게 약속을 지키려고 하겠는지.


 암튼 외적들을 앞뒤에 두고 스스로 분열해 알아서 망해 가는 고구려나,
겉으로는 연합군이라고 하지만, 그런 고구려를 놓고 누가 먼저 먹을지에만 열을 올리는
당나라나 신라의 모습은, 단순히 케케묵은 옛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순간에도 적용되는 국가와 국가의 관계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는 그렇게들 놀고 있지만,
그들의 놀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언제나 희생 당하는 것은 이런 일반 백성들인 것이다.




영화에서 거시기는 백제에 있다가 백제가 망하며 신라인이 되고,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고구려인(?)이 되기도 하는등, 실로 역사의 변화를 한몸으로 다 겪는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준다.


 단단한 철기로 단단히 무장한 당나라병사들과 달리,
나무쪼가리로 간신히 몸만 덮고 있는 구백제 병사이자 현신라 병사들의 모습이,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쌀을 사용한 퍼포먼스라고 해야 하나, 작전이라고 해야 하나... ^^;;;




킹덤의 이신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다.
전쟁터에서 공을 세워 팔자 고쳐 보려는 무명소졸...


어디까지나, 이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거지,
실제로 이 캐릭터가 이신같은 활약을 펼치고,
대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정말로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


 전쟁에서 공을 세워 팔자 고쳐보겠다는 생각... 사실 이건 꿈 of the 꿈이다.
 그것도  지휘관이나 고급병과도 아니라, 무명소졸로 시작하는 암것도 없는 평민에게는 말이다.
 잠깐만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하다.
 전투(하나의 전쟁이 아니라, 그냥 개별적인 전투)를 거치고 50%가 온전하게 살아 남는다고 가정해 보자.
(무명소졸 얘기를 하는데 생존률 50%면 이거 어마어마하게 후하게 설정한 수치다)
무명소졸이 전투 5번을 거치고도 온전하게 살아 남아 있을 확률은?
 확률로 3%에 불과하다. 처음에 같이 전투를 시작했던 사람들 100명이서
전쟁도 아니고 전투를 5번 거치면 다 죽거나 병신, 실종되고 달랑 3명만 온전하게 남는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이 3명이서 다 공을 세운 것도 아니고 그냥 살아만 남았다는 거...
 힘 없고 돈 없는 백성들에게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가혹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꽤 무겁다.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 나와 죽지 않고 살기만을 바라고 있는 모습이나,
빨리 도망쳤다는 이유로 동료들을 동료들이 처단하는 장면,
그리고 그런 짓을 시키고 있는 당나라의 장수들의 모습은
여러 강대국들의 이해 관계가 얽힌 근현대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으로선 웃고 있을 수 만은 없다.
 게다가, 강제 징병도 억울한데, 전경 의경이라는 희대의 쓰레기 제도까지 운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징병제도 장기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하겠지만, 전의경 제도는 당장이라도 폐지되어야 한다)




그래도 이 영화가 판타지 영화인만큼, 무명소졸들의 비극만으로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는다.
거시기는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어쩌다 보니 다 잘 넘겨,
결국 이런 이쁜 마누라까지 얻고 살아 돌아가게 되고...




거시기의 친구들도 특동대 헐값에 죽을 뻔하지만,
거시기가 이들의 의식에 파문을 일으켜 준 덕분에,
자신들의 목숨값을 몇배로 올려 흥정까지 하고도 살아 남는다.
여러모로 이 영화는 판타지라니까... ^^




영화가 판타지라는 게 가장 재미있게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이 장면이다.
오리, 개, 돼지, 심지어 소까지 투석기에 실어 고구려 진영에서 나당 진영으로 보내는 장면인데...
투석기로 날려져 온 오리는 물론, 개 돼지에다가 거구의 소까지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하다.
진정 판타지 오브더 판타지다. ^^;;;




그나마 그런 장면들은 판타지스럽다고 봐줄 수 있었지만,
중요한 땅굴의 수비가 이렇게 허술하다는건 좀 너무 작위적인 설정 아닌가 싶다.


그래도 이 정도면 차라리 낫다.
이 영화 최대의 단점은 연개소문 아들들의 반목과 배신인데...
진짜 상바보 중에 상바보들만 아들로 태어났구나...하고 납득하지 않는다면,
이 멍청하고 무능한 아들들의 머저리짓에 영화의 몰입도가 떨어질 지경이다.
 배신에 있어서도 전혀 감정적인 혹은 이성적인 고조가 없이 뜬금없이 이뤄지니 원...




주연들이 한자리에 모인 사진이다.




극중에 "쌀"이 아이템으로 등장해서인지, 이런 좋은 일도 했었나 보다. ^^




 황산벌도 그랬지만, 단순히 역사 책 속의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21세기의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풍자들이 여전했다.
 보통 한국 코미디 영화하면, 무조건 웃기려고 빽쓰다가 후반에 갑자기 신파로 눈물 강요를 하고
그래서 영화 밸런스가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실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풍자, 감동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효과적으로 뒤섞여 있다.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역시 사투리겠다.
 대부분의 경우, 사투리를 정확히 알아듣지 못 해도 내가 한국인인만큼 유추하거나
혹은 평소 알고 있던 사투리 등으로 영화 보는데 지장이 없게 다 해석이 가능했지만...
몇몇 부분에선 무슨 말 하는지 자체가 아예 들리질 않았다.
 뭐, 그런 것도 이 영화에서 의도한 것이긴 하겠지만...


 암튼 요즘 상영하는 영화들 중에서 요런 코믹 영화가 없는 것 같아서
흥행에 꽤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 잡설 ***
-한국 영화 화질이 정말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어두운 장면도 이만하면 볼만하고... 밝은 장면에서는 감탄이 나오는 부분들도 많다.


-화질도 화질이지만, 사운드가 놀라운 수준이다.
극장이 씨너스 이수5관급도 아니었는데, 5.1채널 효과와 사운드의 묵직함은
헐리웃 블럭버스터 부럽지 않았다. 씨너스 이수 5관의 사운드로 만나고 싶다. ^^


-도회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선우선인데, 의외로 매력적으로 잘 어울렸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포스는! ^^;;;


-스탭롤이 끝나도 숨겨진 장면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