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4일 목요일

타운 - ‘히트’로 시작, ‘쇼생크 탈출’로 끝나다

※ 본 포스팅은 ‘타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스턴 찰스 타운의 4인조 강도단의 리더인 더그(벤 에플랙 분)는 범행 와중에 인질로 잡았던 여성 은행장 클레어(레베카 홀 분)로 인해 정체가 들통 나는 것이 두려워 접근하다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다혈질의 동료 젬(제레미 레너 분)은 더그에게 클레어를 살해할 것을 독촉하지만 더그는 클레어와 연인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숨기며 살해할 것을 거부합니다.

척 호건의 소설을 벤 애플렉이 감독 및 주연을 맡은 ‘타운’은 보스턴의 지역성을 강조하며 사실성을 확보합니다. 오프닝의 자막부터 더그와 젬의 출신지인 보스턴의 찰스 타운이 범죄가 가업처럼 대물림되는 지역임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타운’으로 인해 찰스 타운이 우범 지대로 낙인찍혔다는 지역 주민들의 비난이 두려운 듯 엔드 크레딧에서는 ‘선량한 시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면피하며 오프닝 크레딧을 정면으로 부정해 실소를 자아냅니다.) 더그의 옷차림은 물론 대사 등에서도 ‘하버드’, ‘레드 삭스’ 등 보스턴하면 연상되는 고유 명사를 나열하더니 강도단의 최종 목표가 레드 삭스의 홈구장 펜웨이 파크로 설정됩니다. 이처럼 보스턴의 지역성을 강조한 것은 벤 애플렉의 희끗희끗한 흰머리와 레베카 홀의 얼굴 가득한 주근깨가 가감 없이 노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입니다. 총격전 장면의 강력한 음향 역시 사실적이며 매력적입니다.

범죄자와 화이트 컬러 여성의 계급을 넘어선 사랑, 그리고 연인을 위한 마지막 한탕이라는 서사의 얼개는 ‘칼리토’나 ‘히트’ 등을 연상시킵니다. 범행을 위해 독특한 가면을 착용하는 것은 ‘다크 나이트’를, 비좁은 골목에서의 자동차 추격전은 제이슨 본 3부작을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오프닝 이후 1시간 정도 긴박하게 갈등을 엮어나가던 ‘타운’은 중반 이후 긴장감을 상실하며 범작의 길을 걷습니다. 이를테면 클레어를 둘러싼 더그와 젬의 갈등을 심화시키지 못하며, 더그와 젬을 제외한 2명의 캐릭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쉽습니다. 거액의 현금을 보유한 펜웨이 파크는 너무나 쉽게 털리고, FBI는 유일한 생존자 더그를 체포하기 위해 레베카의 집만을 지킬 뿐,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인적 사항을 활용한 지명수배조차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더그는 유유히 보스턴을 떠나는 것이 가능해지는데, 갱 영화의 장르적 결말에 충실하게 장렬히 산화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인과 함께 도주해 꿈을 이루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결말은 ‘쇼생크 탈출’을 연상시키려는 의도였는지 모르나 카타르시스는커녕 마무리가 덜 되어 찜찜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서도록 합니다. 극중에서 감독이자 주연인 벤 애플렉의 대사에서 언급되는 미국 드라마 ‘CSI’의 확장판을 극장에서 걸어놓은 듯합니다.

‘타운’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공간적 배경 보스턴과 더불어, 늙은 갱 두목 퍼기 역의 피트 포스틀스웨이트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피트 포스틀스웨이트의 출연 장면은 짧지만 퍼기의 최후를 비롯해 강렬한 아우라를 발산합니다. 피트 포스틀스웨이트는 지난 1월 2일 세상을 떠났는데, ‘킬링 보노’를 제외하면 마지막 출연작이니 ‘타운’이 유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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