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7일 목요일

본드 비긴즈의 마무리! - 007 퀀텀오브솔러스 (Quantum of Solace, 2008)

007시리즈...참 오랜 역사와 많은 시리즈, 다양한 제임스 본드, 역사만큼이나 많은 우여곡절등등...
영화사에 전설로 남을 시리즈라 할만 하겠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의 고전이 아니라, 가장 최신작인 작품들로,
007 카지노 로얄 -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 비긴즈 2부작(?)이다.

 카지노 로얄은 뭐 말할 필요가 없는 수작이다. 무엇보다, 본드 시리즈의 네임 밸류를
구시대의 유물에서 당당히 현재로 부활시킨 장본인인데가, 제임스 본드라는 인물의
현대적인 재설정은 참 인상적이었고, 최신작인 주제에 전설이 될만한 오프닝을 가지고 있다는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우니까. OST에 주제가가 없다는 걸 알고, 단지 그 오프닝 주제가
You Know My Name 하나 듣자고 가수의 앨범까지 구입했었다. ^^;;;

 카지노 로얄은 대단한 영화지만, 사실 그 자체는 불완전한 작품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임에도, 제임스 본드라는 인물이 완성(?)되지 못한 채 끝났으니까.
막 살인면허를 받은 신참 MI6 요원의 망아지짓, 그리고 사랑이 상처... 여기서 끝났기 때문에,
사랑의 상처에 몸부림치는 위험천만한 야수 하나가 탄생 했을 뿐, 제임스 본드는 없었다.
 그리고 그 위험한 야수가 007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로 승화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퀀텀 오브 솔러스다.
카지노 로얄에서 퀀텀 오브 솔러스로 이어지는 이 두편의 영화야 말로,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에 있어서, 본드 비긴즈라는 진정한 시작편인 셈이다.

 카지노 로얄의 너무 절대적인 위광 때문인지, 퀀텀은 평가절하되는 평들이 많지만,
본드 비긴즈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평가가 좀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본드 비긴즈로 묶여야할 영화임에도, 카지노 로얄에서 몇년이나 후에 퀀텀이 나왔기에,
몇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둘을 연결하기는 어려웠겠지만, 실상은 카지노 로얄의 감상을 바로
가져 와서 퀀텀을 보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본드 비긴즈를 보지 못한 셈이다.
 우연히도 난 퀀텀 개봉 조금 전에 카지노 로얄을 다시 봤었기에, 퀀텀은 시작부터 무섭게
빨려들어간 채 볼 수 있었다.
 퀀텀에 대해 그닥 좋은 기억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부디 카지노 로얄을 다시 보고
연이어 퀀텀을 보길 바란다. 영화가 달라보일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본드 비긴즈가 보일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www.daum.com )
  객관적으로 퀀텀의 오프닝 화면은 예술적이다. 영화의 이미지에 잘 맞는 장면들을
에로틱하면서도 인상적인 화면들로 가득 채워 눈길을 잡는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이 출동하면 어떨까?

카지노 로얄의 오프닝은 현재로서도 근래 영화들 중에 적수가 선뜻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이미 전설이 된 오프닝이다. 영화와 어울리는 환상적인 화면과 인상적인 음악의 조합은 시너지 효과란 게
뭔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때문에, 태생적으로 퀀텀의 오프닝은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다.
 군대에서도 그렇다. 쓰레기 지휘관 다음에는 명관이 아니라 중간만 하는 지휘관이 와도 환영이다.
심지어 중간도 못 하는 지휘관이 와도 쓰레기 지휘관보다 나으면 괜찮은 지휘관이 된다.
 반대로, 괜찮은 지휘관 다음에는 그만큼 괜찮은 지휘관이 와도 객관적인 호평을 받기 어렵다.
 카지노 로얄과 퀀텀도 마찬가지... 퀀텀의 오프닝은 제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애초에
카지노 로얄의 전설의 오프닝으로 인한 마이너스를 감수해야 하는데...
 결과물은 도피였다. 화면은 그나마 정성을 들였지만, 음악은 정말 아니었다.
 영상처럼 끈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귀를 휘감는 강렬함도 없었다.
 최고의 영상과 최고의 음악으로 도전해도 모자랄 판에, 음악이 벌써 삐긋한 상황이니,
퀀텀의 오프닝이 실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이상하겠다.
 극장에서 처음 퀀텀을 봤을 때의 그 실망감이란!

 이후 다시 보다 보니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극장에서 처음 볼때만 해도
화면에 끈적한 여체들이 줄을 이었음에도 장점이 보이지 않았을 정도였다. ^^;;;


  퀀텀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카지노 로얄에서 막 이어지는 본드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랄까.
 차가워 보이면서도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강렬한 분노가 느껴지는 시린 푸른 눈...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007을 맡았을 때만 해도, Boss에 어울릴 배우가 왜 007을 하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두편의 본드 비긴즈를 보면서 아, 이래서 캐스팅했구나!...싶었다. ^^

 퀀텀의 이런 본드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카지노 로얄에서 바로 이어 보는 게 최고다.
 안 그러면 제임스 본드씩이나 되는 캐릭터가 왜 저렇게 미쳐 날뛰어?...라며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퀀텀 자체가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는 탓인지, 역시 그닥 언급이 안 되는 영화 도입부의 카체이스씬... 정말 멋진 카체이스 장면이다. 카체이스라는 게 보통 좀 여유 있는 도로나 아니면 좁은 도로라고 해도
긴 거리를 두고 벌어지는 게 보통인데, 퀀텀에서의 카체이스씬은 위태로워 보이는 좁은 도로에서
아주 짧게 벌어지기 때문에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그 위기의 속에서도 한결같은
본드스러움이라니! 본드로서 마무리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유유히 기지(?)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집중도가 높은 카체이스씬이 길어지면 보다가 지치게 마련인데, 그 점에 있어서도 퀀텀은 짧고 굵게
만들었기 때문에 지치기 전에, 확실하게 흥분된 상태로 영화 감상을 시작하게 해 줘서 좋다. ^^

사실 극장에서 볼 때는 오프닝의 충격 + 극장 스크린의 콤보로 이 화려한 카체이스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짧은 카체이스라 뭐가 뭔지 모르는 사이 끝나버리기 때문...
 하지만, 이후 다시 볼때는 전혀 달랐다. 극장의 영사기 방식과 직사 디스플레이의 차이도 있겠지만,
참 강렬한 장면들이었다. ^^



 골드핑거의 명장면(?)에 대한 오마쥬...랄까.

 골드핑거에서 이 장면이 유명하긴한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안 좋아한다.
사람 몸에 금칠하는 게 이뻐보이지 않아서인데, 일단 색깔도 마음에 안 들고
분칠한 것 같은 특유의 질감으로 덮어 씌우는 게 보기 싫다(그래서 분칠떡칠 화장도 보기 싫다).
 결정적으로 수분이 안 느껴져서 건조하고 탁해 보인다랄까...

 그 점에 있어서, 이번 퀀텀의 이 장면은 아주 좋았다. 색깔도 차라리 이런 색깔이 육체의 곡선을
더 잘 드러내 주는 데다가, 촉촉해 보이는 질감은 정말 만져 보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