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2일 화요일

'혜화, 동' 민용근 감독, 주연 유다인 사인 포스터

어제 CGV 대학로에서 있었던 '혜화, 동'의 시네마톡에 참석했다 민용근 감독, 주연 배우 유다인의 포스터를 받았습니다.

상단이 유다인, 하단이 민용근 감독의 사인입니다.

어제 시네마톡에서 촬영한 사진. 왼쪽이 민용근 감독, 오른쪽이 유다인입니다.

'혜화, 동'은 예고편 등을 통해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자세한 포스팅은 내일 오전 중으로 올리겠습니다.

오늘의 블루레이, DVD 지름 - ‘블루 썬더’, ‘멋진 하루’


오프 매장에서 구입한 '블루 썬더' 블루레이. TV 시리즈 '전격 Z작전', '에어울프'와 함께 1980년대 메카닉 로망을 자극했던 영화입니다.

함께 구입한 '멋진 하루'의 DVD. 관람 후 여운이 길게 남았던 작품으로 DVD 할인을 기다렸는데 최근 풀렸습니다. 영화를 소장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지만 이윤기 감독과 전도연, 하정우 두 주연 배우의 코멘터리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일본이 외면한 무의미한 전쟁

1944년 6월 수세에 몰린 일본군 요충지 이오지마에 대한 미군의 상륙 작전이 감행되기 직전 부임한 사령관 쿠리바야시(와타나베 켄 분)는 부하들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생존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제빵사 출신의 일병 사이고(니노미야 카즈나리 분)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아내와 얼굴도 보지 못한 딸을 위해 편지를 씁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2006년 작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아버지의 깃발’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과 일본군이 격전을 벌인 이오지마 전투를 묘사합니다. 두 작품 모두 과거 회상의 형식의 액자 구성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아버지의 깃발’이 미군의 관점에서 본 이오지마 전투를 묘사하는 반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철저히 일본군의 관점에서 묘사합니다. 일본군의 전멸로 이오지마 전투가 종료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에 극중의 일본군 병사들의 생존 가능성은 전무하며 적에게 죽거나 자살하거나 혹은 동료에게 살해당하는 세 가지 수단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당합니다.

전쟁 영화가 설득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큰 스케일과 박력 넘치는 전투 장면이 우선시되지만 그에 못지않게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요구됩니다. 죽음이 코앞에 닥친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군인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습니다. 엇비슷한 군복을 입은 등장인물들의 개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한다면 전쟁 영화는 자칫 지루한 스펙터클을 나열하거나 영웅적인 무용담을 선전하는데 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호화 캐스팅을 통해 일본군의 다양한 군상을 포착합니다. 쿠리바야시와 사이고를 각각 중심으로 일본군 장교와 병사의 두 계급으로 서사가 구분되는데, 쿠리바야시를 지지하는 니시(이하라 츠요시 분)를 비롯한 일련의 장교들과 배격하는 이토(나카무라 시도우 분)를 비롯한 한 무리의 장교들이 갈등을 형성합니다. 실존 인물인 쿠리바야시와 니시는 미국과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자 육군 장교이지만 이토는 미국을 혐오하며 해군 장교라는 차이점도 있습니다. 전쟁의 무의미함을 절감하고 있는 군기 빠진 사이고와 헌병 출신으로 군기가 바짝 든 상병 시미즈(카세 료 분)도 미묘하게 서로를 의식합니다. 하지만 제국주의적 신념으로 무장해 화해할 줄 모르는 고루한 장교들과 달리 병사들은 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명령권자인 쿠리바야시와 말단에서 이행하는 사이고는 수시로 교차하며 각각의 서사의 축을 이루는 두 주인공의 편지를 통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전개됩니다. 일본에서 출판된 바 있는 쿠리바야시의 서간집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영화화하는데 근간이 되었습니다.

일본 영화보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더 쉽게 출연작을 접할 수 있는 와타나베 켄이 영어에 대한 부담을 털고 모국어인 일본어로 연기하는 모습은 퍽 자연스럽습니다. 헐리우드 배우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은 와타나베 켄이 미국의 일본 대사관 주재무관 출신의 미국 문화에도 친숙한 일본군 장성으로 분한 것은 당연한 캐스팅이면서도 흥미롭습니다. 부하를 아끼는 합리적 인물인 쿠리바야시의 사무라이와 같은 비극적 최후는 와타나베 켄의 첫 번째 헐리우드 진출작 ‘라스트 사무라이’를 연상시킵니다.

엘리트 장교 쿠리바야시와 대비되는 사이고 역의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큰 눈의 동안이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작은 체구로 인해 왜소한 일본인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보입니다. 사이고는 무의미한 전쟁에 강제로 끌려나온 평범한 민간인 출신의 의무병을 대변합니다. 따라서 애국심이나 사명감이 결여된 주인공 사이고의 시선을 통해 일본군의 ‘장렬한 옥쇄’는 광기의 산물로 묘사됩니다. 사이고가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일몰은 일본의 패배, 즉 몰락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헌병 출신이라 경계의 대상이 되지만 동료들의 죽음으로 사이고와 가까워지는 시미즈는 가장 어이없는 최후를 맞는 인물입니다. 역시 왜소한 체구이지만 진지함을 잃지 않는 이미지의 카세 료에게는 적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미즈가 이오지마로 좌천된 이유는 설명되지만, 그의 인간적인 측면을 암시하는 복대의 출처에 관한 에피소드가 누락된 것은 아쉽습니다.

니시와 이토는 극단적으로 대조를 이룹니다. 니시는 부하들을 아끼며 미군 포로에게도 인간적으로 대접합니다. 미군 포로 샘(루카스 엘리엇 분)과 대화를 나누며 위생병에게 치료를 지시하는 니시는 일본군 포로를 감시하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미군 병사와 대조를 이룹니다. 니시가 샘의 어머니의 편지를 번역하여 병사들에게 읽어주는 장면은 시미즈의 대사처럼 미군 역시 일본군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인간임을 입증합니다. 반면 이토는 부하들에게 군기를 강요하고 전차를 탈취하겠다며 지뢰를 몸에 두른 채 돌격하는 극히 일본적인 장교입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니시는 극히 일본적인 방식으로 자결하며 이토는 비겁하게 전선을 이탈해 포로가 되어 생존하게 됩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진귀한 작품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전쟁 영화의 대부분은 연합군과 나치가 대결한 유럽 전선을 묘사하며 미군과 일본군의 태평양 전쟁을 묘사한 작품은 드뭅니다. 그나마 태평양 전쟁을 다뤄도 일본군은 ‘괴물’로 타자화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인들이 직접 출연해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의 어두운 과거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드문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특히 태평양 전쟁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독일에 비하면 과거사 청산과 반성에 극히 인색했던 것이 바로 일본이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와 같은 작품이 일본인 감독이 아닌 미국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의해 연출되었다는 사실을 일본인들은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함께 연출된 두 작품을 굳이 비교한다면 ‘아버지의 깃발’보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일본군이 자초한 태평양 전쟁은 그야말로 어리석고도 무모한 전쟁이었습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아군 병사들의 목숨을 초개로 여긴 지휘부와 죽지 못해 안달한 장교들의 모습을 통해 얼마나 일본군이 야만적인 집단이었는지 일깨우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왜 이오지마의 비극이 일어났는지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하며 알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은 전쟁을 일으키고 타국을 침략하며 양민을 학살하다 자신들끼리 죽이고 자살한 더러운 과거와 그 근본 원인을 망각하고 오로지 원폭에 대한 기억만을 떠올리며 스스로 피해자인 양 자기연민에 빠져 있습니다. 일본인들의 역사의식이 이처럼 일천한 유아적 수준에 머문다면 동일한 비극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만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관람하고 일본 군국주의 미화, 비장한 사무라이 자결 문화 예찬, 혹은 일본군을 피해자로 묘사한 것으로 수용한다면 영화를 정반대로 오독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가 국내에 개봉조차 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국내에 DVD가 정식 발매되었지만 영화 본편의 자막은 일본어 대사를 영어로 옮긴 것을 한글로 중역을 했는지 의역과 누락으로 가득합니다. 일본어 특유의 어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오늘의 블루레이, DVD 지름 - ‘색, 계’,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쇼핑몰의 할인을 틈타 지른 블루레이와 DVD입니다.

'색, 계'의 블루레이. 작품성도 뛰어나고 두 명의 주연 배우를 모두 좋아해서 할인으로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색, 계'는 독특하게도 재킷 표지가 2장이 제공됩니다. 하단은 '청소년 관람불가'의 붉은색 등급 표시가 큼지막하게 박힌 판매용이고 상단은 등급 표시를 제외시킨 소장용입니다. 제작사의 배려는 고맙지만 두 개의 표지 모두 뒷장에 '숨막히는 20분, 무삭제 올누드 정사씬'이라는 낯뜨거운 문구가 공통적으로 포함된 것은 옥에 티입니다. 기왕 소장용 재킷 표지를 제작할 바에는 노골적인 광고 문구를 제외시키고 해외판 DVD와 같은 분위기를 살렸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버지의 깃발'과 동시에 제작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국내에 정식 개봉되지 않아 아직도 감상하지 못해 실체가 매우 궁금합니다. 가급적 빨리 감상하고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전투 장면의 잔혹도를 떠나 주제 의식으로 인해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줄 알았는데 15세 관람가여서 의외입니다.

아이 엠 러브 - 힘 있는 서사, 현란한 영상의 불륜극

※ 본 포스팅은 ‘아이 엠 러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직물업에 종사하는 부유한 레키 가문의 며느리 엠마(틸다 스윈튼 분)는 장남 에도아르드(플라비우 파렌티 분)의 절친한 친구 안토니오(에도아르도 가브리엘리니 분)와 갑자기 격정적인 사랑에 빠집니다.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의 2009년 작 이탈리아 영화 ‘아이 엠 러브’는 물질적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는 중년 여성이 별안간 불륜에 빠져들다 파국에 도달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에도아르도는 어머니 엠마와는 근친상간과 유사한 성적 긴장감을, 안토니오와는 친구 이상의 동성애와 같은 감정을 형성합니다. 따라서 엠마와 안토니오의 관계를 자각한 순간, 에도아르도가 격노한 것은 어머니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윤리적인 이유보다는 사랑했던 두 사람으로부터 동시에 배신당했다는 상실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얽히고설킨 근친상간의 긴장감과 그로 인한 파멸은 줄스 다신의 ‘페드라’와 루이 말의 ‘데미지’를 연상시킵니다.

계급과 연령을 감안하면 사랑에 빠지는 엠마와 안토니오는 공통점을 찾기 어렵지만, 두 사람은 레키 가문에서 국외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엠마는 러시아로부터 이탈리아에 시집 온 외국인이며, 안토니오는 부르주아 가문에 고용된 요리사, 즉 블루 컬러입니다. 따라서 두 사람은 레키 가문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데, 마지막까지 엠마를 이해하는 사람이 하녀, 즉 블루 컬러 이다(마리아 파이아토 분)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닙니다. 부르주아 가문의 귀부인이 블루 컬러 남성과 섹스에 빠지는 것은 ‘차타레 부인의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안토니오가 레키 가문에 접근해 엠마와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매개물은 요리입니다. 안토니오가 엠마와 처음 만났을 때 케이크가 매개물이 되며, 두 사람은 첫 섹스를 나눈 후 함께 음식을 만듭니다. 식욕과 성욕을 동일선상에 두고 요리사를 섹스의 화신으로 설정한 것은 다수의 영화에서 익숙한 설정입니다. 파멸 역시 요리가 원인이라는 설정 또한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엠 러브’는 매우 독특한 영화입니다. 서사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가족을 중시하는 이탈리아 영화답게 대가족의 만찬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에서 엠마의 갑작스런 키스 장면에 도달하기까지 50여 분에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 ‘아이 엠 러브’가 묘사하고자 하는 서사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대상이 확립된 뒤에는 사회적 지탄이나 윤리적 속박은 완전히 무시한 엠마처럼 영화는 열정에 몸을 맡긴 채 우직하게 돌진합니다. 불륜을 묘사한 대부분의 영화가 파국에 도달한 뒤 후회하는 주인공으로 결말짓기 마련이지만 엠마에게는 그 어떤 망설임이나 후회도 없습니다.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아들의 죽음에도 죄의식이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이 엠 러브’는 힘이 넘칩니다.

반면 직선적인 서사에 비해 촬영과 편집 등 기교는 화려합니다. 정적인 편집이 대세를 이루는 보편적인 멜로 영화와는 달리 엄청난 숫자의 컷으로 분할 편집했으며 카메라 워킹 또한 참신하면서도 역동적입니다. 엠마와 안토니오가 첫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리고 극히 짧은 시간만 할애한 후 편집되며, 레키 가문의 저택 계단을 따라 주방으로 이어졌다 다시 계단으로 올라오는 카메라 워킹은 놀랍습니다. 엠마가 사랑에 눈이 멀어 안토니오와 숲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과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는 장면에 사용된 긴박한 배경 음악은 그녀의 열정을 상징하는 붉은 색 의상처럼 강렬합니다.

첫 섹스에서 자연을 포착한 다양한 장면이 삽입된 것은 엠마의 사랑이 자연스러운 본능의 산물임을 상징하며, 안토니오와 함께 동굴에서 머무는 엔드 크레딧의 장면은 엠마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귀의했음을 암시합니다. 엠마의 신발을 중심으로 심리 변화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숲 속 오두막에서 안토니오가 엠마의 플립플롭을 벗기는 장면은 일체의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를 상징하며, 교회에서 남편 탄크레디(피포 델보노 분)가 엠마에게 구두를 신기는 행위는 속박으로의 복귀를 상징합니다. 엠마의 해방을 상징하는 신발은 플립플롭이고 속박을 상징하는 것은 구두인 것도 의도적인 소품 활용으로 보입니다. 물론 엠마는 검정 구두와 상복을 벗어던지고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으며 부르주아 가문과 윤리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합니다. 교회 장면에서, 탄크레디가 속박(가문)으로의 복귀를 권유하며 구두와 자신의 재킷을 착용시킬 때는 비가 내리다 이를 엠마가 거부하자 햇살이 내리쬐는 것으로 날씨가 일신한 것 또한 사랑을 선택한 엠마의 마음과 영화가 그녀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비유합니다.

가족 중에 엠마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딸 베타로 분한 알바 로르워쳐가 ‘사랑하고 싶은 시간’에서 불륜녀로 출연하게 된 것도 흥미롭습니다. 레즈비언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한 베타가 연인과 질척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뒤 이은 엠마와 안토니오의 격정적인 섹스 장면을 예고한 것입니다.

장편 만화 영화화의 바이블? - 풍운 (風雲 - The Storm Riders, 1998) | 영화를 보는데 문득!

풍운 (風雲 - The Storm Riders, 1998)...  1998년 개봉했던 영화로, 마영성의 작품인 만화 풍운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마영성의 풍운의 경우, 그보다 한 10여년 전에 오락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2의 인기를 업고
나왔던 천하만화라는 주간지를 통해서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 마지막으로 본 게
7x권이었을만큼 엄청난 분량의 작품이다. (홍콩 만화들의 경우, 권수에 비해서
실제 분량은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무협지 소설의 영향인지 기본적으로 대사량 자체가
많은 데다가, 장면 장면마다 구구절절 붙여 놓는 설명들은 거의 무협지를 방불케 한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까지의 분량만 해도 벌써 수십권이었을텐데... 암튼 그 내용 중에서
풍운이란 작품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며 풍운의 탄생을 다룬 웅패 이야기를
영화로 옮겨 놓은 게 바로 이 영화다.

 일반적인 무협 영화와 다른 액션 표현 등으로 인해(당시에는 세기말 분위기와 맞물려,
사이버 어쩌구 하면서 CG티를 어떻게든 내는게 일종의 유행이었다) 혹평도 있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꽤나 괜찮게 봤던 작품이고 의외로(?) 이 작품에 대해 호평하는 사람들도
쉽게 볼 수 있는걸 보면 영화가 확실히 잘 만들어졌나...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할 때, 각종 다양한 미디어를 원작으로 영화화된 작품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중에서 이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그쪽 동네의 만화를 원작으로 그쪽 동네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 완성도에
크게 도움을 준 점도 있겠고... 만화나 게임 원작의 영화라는 게 워낙에 국경을 달리 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별별 괴작들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이런 멀쩡한(?) 작품이
더 돋보이는 효과도 있긴 하겠지만... ^^

 이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장점을 요약하자면,
-영화로 만들기에 적당한 에피소드를 골라 냈고,
-원작의 장점은 극대화화면서도 단점은 극소화하면서 영화의 스토리를 만들었고,
-원작의 캐릭터를 능가하는 완성도의 보경운!
...등등 암튼 많다. 다들 종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이 풍운의 핵심은 두번째가 아닐까 싶다.



 
 일단 단점은 얘기하고 넘어가야겠다.
 이 영화에서 가장 거슬리는 단점은...


 이런 되어먹지 않은 CG를 사용한 장면들이 있다는 거! ^^;;;
 시대가 시대라 그런지, 참 쓰잘데기 없이 이런 폴리곤 CG를 남발하는 게 유행이던 때였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게임 캐릭터로 불러줄 수도 없는 조잡한 수준인데,
이 장면은 당시에도 사실 혹평 받던 부분이긴 하다. ^^


 이 영화의 장점 중 단연 인상적인 점은 원작에서 영화로 만들기 좋은 소재를 제대로 고르고
그걸 또 영화에 맞게 제대로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풍과 운이 뭐하는 놈들인지 설명도 안 하고 시작하면 안 될테니 영화에 적당한 부분은 역시
일단 웅패 부분이겠다는 점은 비교적 쉽게 생각할만 하지만, 그걸 영화로 적당하게 재구성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화 원작의 적잖은 영화들이 이 부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풍운은 그 점에 있어선 가히 바이블이라고 할만큼 뛰어난 재구성을 보여줬다.

 원작 풍운... 그걸 보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또 그 원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에서 웅패 부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 추잡 ]

 (극단적으로 말해서) 원작 풍운은 정말로 추잡스럽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들이 중국에서 인기 있고,
중국의 드라마들이 막장 스토리가 많은 이유가 한국과 중국이 막장을 공유해서일까.
 원작 풍운의 인간 관계는 진짜 추잡하다. 영화를 보면서 풍운의 사랑싸움을 놓고 추잡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원작은 차원이 다르다. 진짜 한쿡 아침드라마로 딱인 인간 관계와
스토리가 펼쳐진다.
 모르긴 몰라도... 영화 풍운을 보고 원작에 관심이 생겨 원작을 본 사람 중에,
그런 이유 때문에 꽤나 실망한 사람이 적잖게 있었을 것 같다.
 영화는 그런 원작의 추잡함을 과감하게 날려 버리고, 웅패 부분만을 효과적으로 집어 내어
영화에 맞게 재구성했다. 정말 예술이다. 자세한 설명이고 증명이고 그런 거 다 필요없다.
원작 안 본 사람들은 원작 앞부분만 읽어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원작을 상당히 재구성했지만, 그러면서도 원작의 긍정적인 맛이나
원작의 풍운 분위기는 또 환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도 대단하다.
 원작의 그 웅패를 영화는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는데, 이 장면은 스승인 웅패가
(목적을 위해) 풍과 운을 제자로 맞고서는 일부러 나중에 둘을 제거하기 위해
섭풍에게는 퇴를, 보경운에게는 장만을 가르쳐서 반쪽짜리 고수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으로,
원작의 웅패 그대로다.

 그외의 인물들도 영화적 재구성에 맞추어 변화된 점을 제외하면,
원작을 꽤나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원작의 추잡한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 쏙 가져 왔다고나 할까...


 풍과 운이 어떻게 웅패의 밑으로 가게 되는가, 그 둘의 운명은 무엇인지 등등...
 장편 작품을 영화로 만들 때 이런 부분을 대충 넘기거나 소홀히 하거나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풍운의 경우 대단히 효과적으로 이런 서두를 만들었다.


 비록, 영화 보면서 욕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이 보이긴 하겠지만... ^^;;;

 화면은 절정 고수인 남편 섭인왕이 은거한다니까 일부러 남편의 적인 웅패를 이용해
웅패에게 붙어서 영웅 마누라 행세를 한 섭풍의 어머니 장면이다.


 웅패 때문에 몰살당한 보경운의 집... 유일하게 살아 남은 보경운의 모습.

 이런 상황에서 눈물도 안 흘리는 모습으로 보경운이란 캐릭터를 잘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이 과정에서 늘어지거나 필요없는 부분들은 과감하게 잘라냈다.

 원작은 시대를 고려하더라도  사족들이 많은 편이라 이런 영화의 노력은 상당히 가산점을 얻는다.


  원작에서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가져왔다!...랄까.

 쓸모 없거나 분위기 망치는 부분들은 과감히 아예 날려 버리고,
 인물들의 성격을 알 수 있는 에피소드나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영화로 충실하게 가져온 덕분에,
단순히 단점만 버리거나 장점만 가져오거나 하는 수준에 비해서 몇배의 체감 효과다.

 화면은 무공 연습을 위해 부하에게 습격하라고 한 보경운이,
부하가 전력으로 덤비지 않자 화 내는 장면이다. 어찌 당주님에게 전력으로 덤빌 수 있냐고
송구스러워 하니, 너 따위의 전력 공격도 못 막아낼 거면 죽는게 낫다는 식으로 말하는 보경운이
인상적인 장면이다.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가져 온다...는 건 캐릭터에게도 해당된다.
 보경운... 원작에서도 매력적인 인물인데, 곽부성은 원작 이상의 보경운을 영화에서 보여준다.
이 영화가 그럴싸해 보이는데 최소한 절반 이상의 공은 오로지 곽부성의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 ^^

 원작의 보경운은 초반에는 멋있기만 한 인물이 아니다. 보경운이 어느 정도 멋있어지는건
스토리가 좀 흐르며 변화 되어 가면서인데, 영화는 그런 멋진 보경운을 기본 캐릭터로 설정하여,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멋진 보경운이다.
 원작에서는... 초반 보경운의 찌질함(?)은 봐주기 힘들 정도다. ^^;;;


  원작의 주요한 장면들은 대부분 인상적으로 영화에 살려 놓았다.

 물이 있어야만 배운장의 위력을 제대로 내는 보경운이,
물이 없는 사막에서 웅패와 대결하며 불리해 지자, 자신의 피를 물로 삼아 공격 하는 장면...


  이 싸움에서 보경운은 왼팔에 큰 부상을 입는데,
거추장스러운 왼팔을 아예 잘라 내고 그 피로 웅패에게 일격을 먹이는 부분..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리고 천우신조로 (강력한) 왼팔을 얻게 된다.

 이런 식으로 원작에서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은 영화에서 대부분 잘 살려주고 있다. ^^


 원작의 찌질한 부분이 생략된 채 멋진 보경운이 나오는 영화인데,
특히 로맨틱한 부분은 반대로 크게 부각되어서 같은 사건 같은 장면이라도,
원작에선 보경운의 찌질함이 부각되는 경우라도 영화에선 적절한 재구성을 통해,
로맨스 가이로 극대화 시킨다. ^^

 위 장면은 죽은 애인을 위해 무려 건설중인 황제의 무덤(황후던가?)으로 처들어가
애인의 무덤으로 삼으려는 장면이다.


 암튼 원작의 단점은 버리고 장점은 살린 스토리와 달리,
호불호가 갈리는 게 당연한 부분일 수 밖에 없는게  격투 장면들이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의 대결을 기대하면 황당할 수 있는 CG 대결이 나오는데...
 원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가 꽤나 효과적으로 원작의 무공을 스크린에 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만큼, 나름대로 신경 쓴 장면들이지만, 반대로 원작을 아예 모르면서
이런 식의 CG 대결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이너스겠다.
 어쨌거나, 원작을 잘 살리려다 보니 그런거다. ^^


  특히,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의미로) 손 꼽히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이 웅패와 검신과의 대결 장면이 아닐까.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모를 수도 있는 장면인데,
이 역시 원작을 잘 살린 장면이며 행여 원작에서는 더 자세한 설명으로 멋진 대결이 펼쳐졌는데
영화에서 허접하게(?) 처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는다면 완벽한 오해다.
 뭐, 사실 풍운 원작을 몰라도 무협지나 무협 영화 좀 본 사람들이라면 대충 다 알
상황이긴 하다.


 절세호검의 등장! 영화에 딱 필요한 만큼 언급되고 등장해서 좀 아쉬운 느낌도 있지만,
영화에 맞추려면 이 정도가 딱 적당했다.

 원작에선 이 절세호검만으로도 상당한 분량의 사건들을 지나야 한다.
 말로는 모든 검을 지배하는(반지의 제왕이 아니라, 검의 제왕? ^^) 절세호검이지,
원작에선 나중에 가면 이름값도 못 하는데... 이건 뭐 원작이 워낙에 드래곤볼스러운 작품이니
당연하다며 당연하다.
 
 
 원작을 모르고 영화만 본 사람들이 욕하기 쉬운 장면인 풍운의 삼각 관계...


 사실, 원작과 비교할 수 없이 순수한(?) 재구성이다.
 원작은... 여기에 불륜에다가 풍운만의 대결이 아니라 첫째 사형까지 더해져서
참 지저분하기 그지 없는 얘기가 펼쳐진다. 진정 바람직한 인간 관계의 재구성이다.


 유위강이 참 좋아하는 것 같은 장면인 이(!) 장면...
 유위강 영화들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유위강은 왜 이(!) 장면을 좋아하는 걸까. ^^;;;




 사실, 풍운 원작은 드래곤볼스러운 작품인지라 진행 되는 거 보면 참 기도 안 찬다.
드래곤볼처럼 인물들의 후세들도 등장하긴 하는데 그 과정도 뭐 강간에 출생의 비밀에...
풍운 원작은 영화처럼 깔끔하지 않고 참 지저분하다.

 특히 영화가 더욱 깔끔한 이유가, 이어지는 후속작으로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이 한편으로 깔끔한 마무리를 지을 수 있게 핵심적인 캐릭터마저 삭제하며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인데 원작의 주요 인물인 절세고수 무명(맞나?)은 영화에서는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듣보잡도 아니고 무명 정도(원작을 보면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를 아예 삭제했다는건 원작의 무명팬들에게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영화적인 완성도를 고려하면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결과물이다.
 물론... 이는 후속작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기준이다. 최근 풍운2가 개봉했었나본데,
그 덕분에(?) 풍운1과 풍운2는 별로 이어지는 느낌이 없이 그냥 별개의 작품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하겠고, 이는 풍운1과 풍운2를 붙여 놓고 봤을 때는 아쉬운 부분이 될 수 있겠다.
아마, 풍운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풍운1을 보고 풍운2를 보면 완전 이뭥이다.
풍운1을 안 보고 풍운2만 봐도 마찬가지... ^^;;;




 암튼 간에...
 길고 긴 원작에서 영화에 필요한 부분을 쏙 제대로 뽑아 냈고,
영화에 맞게 대담한 재구성을 하면서도 원작의 특징들은 잘 살리고,
원작의 단점은 과감하게 버리고 장점은 열심히 살리고...
 이 풍운은 정말 괜찮은 만화 원작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풍운을 좀 모범 삼아서 다른 만화(게임이든 뭐든) 원작 영화들이 본 받았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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