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7일 월요일

볼때마다 빠져드는 슬픈 아버지의 자화상 - 테이큰 (Taken, 2008)

보려고 작정하고 보는 게 아니라, 우연히든 고의든 간에 일단 보게 되면
언제나 끝까지 몰입하게 되는 영화들이 드물게 있다. 그중에서도 중독성 최강인 리스트를 꼽으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영화가 바로 이 테이큰이 아닐까.

 사실, 영화 우울하게 본다면 한도 끝도 없다.
 이혼한 부인집에서 크는 딸래미 하나 바라 보고 사는 독거노인, 그나마 그 딸래미와 새애비와 에미는
이 독거노인 알기를 뭣 같이 알고 무시하는데다가 친절하고 필수적인 충고조차 강아지 멍멍멍으로
흘린다. 그래놓고는 일 터지니까 독거노인에게 모든 걸 떠 넘겨 주고 그 덕분에 멀고 먼 이국 땅에 와서
죽을 고비를 몇번이고 넘기며 딸래미를 구출하고... 그래봐야 그쪽 가족들은 자기들끼리 쿵짝쿵짝이고,
이 독거노인은 쓸쓸히 또 혼자...
 하지만, 이 영화가 많은 인기를 얻은 것은 그런 우울함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생각도 못한 대박 케이스다. 수입사도 큰 기대를 하고 수입한 것은 아닌데,
이 막장 대한민국에서 워낙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에 전개였던지 입소문을 타고 조용하고도
꾸준한 흥행을 이어갔다. 개봉년도 상반기에 2위와 2배 차이로-보통 몇십 단위의 작은 차이로
리스트의 순위가 달라진다-Top에 올랐던 작품!)

 가해자들을 나날이 우대하고 피해자들을 나몰라라하는 이 더러운 사회에서,
돈도 없고 빽도 없고 힘도 없는 소시민들이 딸래미 키우기 무서운 현실에서,
거칠 것 없이 악당들을 조져 버리며 딸을 구해 내는 아버지의 모습이란 그 자체로
거대한 대리만족이니까.

 암튼 이 영화, 구질구질한 화질과 음질의 케이블 TV에서 해주는 것도 그냥 집어 넣은 블루레이도,
몇번이고 본 내용임에도 언제나 정신없이 몰입해서 보게 된다. 블루레이야 블루레이의 화끈한
품질이 뒷받침 된다지만, 그런 것도 없는 빈약한 TV에서도 몰입도가 굉장한 것을 보면,
이 영화 자체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껴진다.




[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지고 딸을 위해서 돌진하는 아버지의 모습...

 딸래미를 구해야할 이런 상황이 닥쳐도, 당장 남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자리를 위해서, 경찰과 공권력 눈치 보기 위해서, 힘없는 소시민으로서 악당들 눈치 보기 위해서 등등...
오만 굴레로 가득한 현실에서 이런 아버지가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게 현실...

 그런 안타까운 현실을 영화에서나마 대리만족 시켜준다. 그것도 화끈하게!


 개인적으로 일본의 슬레이어즈란 작품을 높게 평가했던 이유 중 하나가,
주인공 리나가 하는 바로 이 대사 때문이다. "악당들에게 인권은 없어!"

 그렇지 않은가. 보편타당한 절대적 어쩌구 하는 위선적인 포장을 해봐야,
인권이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건 세상물 한모금만 마셔도 아는 현실이다.
그런 이상을 추구해야하긴 하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이고... 엄연히 인권을 짓밟힌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의 인권을 챙겨 준다는 거 뭔가 이상하지 않나. 그렇다고 사회 시스템의 처벌이란 게
짓밟힌 피해자의 인권을 치료하기 위해 있는 것도 아니라, 가해자의 교화니 뭐니 하는 위선적인
사탕발림을 위해서 존재하는 게 현실이니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현재의 처벌은 인권을 침해하는 게 아닌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징역형이나 벌금형 같은 게 인권 침해 요소가 없을까? 절대 아니다.
그저 시스템이 이미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 그렇게 내려오는 것 뿐이다)

 어설프게 악당들 살려주고 뒤통수 맞는 그런 한심한 히어로가 아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독거노인은, 굳이 확인사살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악당들에게 인정사정 없다.
총을 쏴도 고문 목적이 아니라면 무조건 죽일 목적으로 쏘아대고,
주먹질을 하다가도 필요하면 모가지고 뭐고 꺾어서 방해물은 없애 버린다.

 작품 내에서 가장 한심해 보이던 쓰레기...

 거대한 인신매매를 업으로 삼고 있으면서,
가족과 비즈니스는 별개란다. 자신도 아들과 딸이 있다면서...

 개소리다.
 남에게 사기를 치려고 마음 먹은 개새끼는,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하고 또 당해도 싼 거다.
 남에게 강도짓을 하려고 마음 먹은 개새끼는, 누군가에게 칼침을 맞아 죽어도 싼 거다.
 남의 귀한 딸들 팔아 먹고 배 불리는 개새끼는, 그 자신의 귀여운 딸이 같은 꼴을 당해도 싼 거다.
 이게 안 되니까 세상이 이렇게 개판인 거다.
 사실, 받은 만큼 갚아준다는 법전만큼, 보편타당한 합리적인 법전은 인류 역사에 없었다.

 갖은 악행을 일삼던 악당들이 궁지에 몰리자 공권력을 찾아 보호 받으려고 하는 궁상들이
나오던 근래 영화들을 보면, 이 사회의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여행이란 좋은 것이지만, 세상에 어디 밝은 면만 있겠나.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의 접근은 언제나 조심해야 하고,
잘 모르는 사람(잘 아는 사람이라도 주의가 필요하다. 오죽하면 외국 나가서 조심해야 할 게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는 얘기가 있겠나. 사기도 낯선 사람에게 당하는 게 아니라,
믿고 잘 알던 사람들에게 뒤통수 맞는 게 허다하다)에게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정보를
떠벌릴 필요도 없는 건 요즘 같은 세상에 상식 중의 상식이라 하겠다.

 이렇게 낯선 사람의 접근 암 생각도 없이 받아 들이고,
그것도 모자라 묵을 집이 비어 있다고 얘기하며 친절하게 날 잡아갑쇼...하는 철딱서니 없는 짓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아무도 없는 밤길을 갈때 무서운건 맹수나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란 옛말은 진리다.


 테이큰을 보면 아저씨가 안 떠오를 수가 없다.
 아저씨가 테이큰을 참고는 안 했더라도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특히, 빌빌한 적 가운데 그나마 좀 쓸만한 녀석이 이국적인 녀석이고,
저런 특이한 모양의 칼을 다루고... 주인공에게 복부 총상을 입히는 것도 비슷하고,
되돌려 찌르는 액션까지도 비슷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영화 초반에 콘서트장에서 괴한의 습격을 막았던 인연으로 유명 가수와
연줄을 만든 주인공은 가수가 꿈인 딸래미를 직접적으로 연결해 주게 된다.

 그래도 영화는 희망적인 엔딩을 보여준다.
 이용만 당하고 또 쓸쓸히 버려지는 독거노인이 아니라,
그 사건을 계기로 한걸음 더 딸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또, 독거노인 신세에서도 탈출할 가능성도 깔려 있고... ^^


 영화의 심각한 단점은 바로 독거노인의 딸인 여주인공...
 위 장면은 독거노인의 이혼한 전처가 아니다. ^^;;;


 테이큰에 대해 상당히 공통된 지적이 바로 딸 역할을 한 배우다.
 연기가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는 것...
 위쪽의 할머니 수준의 얼굴보다는 낫지만, 역시나 상당히 나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긴 하다.
 극중 17세인데... 아무리 서양애들이 십대에 훌쩍 자란다지만, 이건 거의 테러 수준이다.
 
 왜 이런 캐스팅을 했을까?
 생각나는 이유 하나는 극중 어머니 역할을 한 팜케 얀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서 모녀 사이로 본다면 은근히 서로 닮아 보였다.


 엔딩곡도 굉장히 좋다.
 영화에서 보여줬던 아버지와 왜인지 모르게 어울리는 이 노래...
 OST를 구입할 뻔 했는데, 아마존의 구입자평 덕분에 살았다.
 OST에 정작 이 노래는 없다는 것... -.-;;;

 이름은 까먹었는데, 암튼 어떤 가수의 앨범에 실린 노래다.
 쓰는 김에 찾아 보니 Ghinzu - The Dragster Wave...란다.
 해당 가수의 Blow라는 앨범에 실려 있다고 한다(미확인).

 이런 경우는 좀 지양되었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어떤 노래를 사용했으면, 책임을 지고 OST에 실리도록 말이다.
 주제가 하나 때문에 OST를 샀다가 없는 거 보고는 해당 가수의 앨범을 또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건
너무 하지 않나... 예전에도 007 카지노 로얄을 보고 주제가에 반해서 OST를 사려다가,
OST에 그 노래가 없다는 얘길 듣고 기겁했던 적이 있었다.






[ Blu-Ray ]
(이미지 출처 : www.blu-ray.com )
-북미판
 아직까지 국내 정발이 안 된 상태...
예정이 있다고 어디선가 소문이 들렸지만, 소문으로 끝난듯...
-2Disc (본편 블루레이 디스크 + 디지탈 카피 디스크)
-사운드 : 영어 5.1ch DTS-HD MA
이 작품을 블루레이로 만나야 하는 이유. 다양한 총소리들이 묵직하고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데다가,
딸을 위한 아버지의 사정 없는 일격들은 영화 보는 사람이 다 시원한 소리로 악당들을 두들긴다.
콘서트장의 장면이나 폭발 장면 등등 상황에 맞는 사운드 디자인 역시 예술 수준.
국내 정발도 안 되어 있고, 블럭버스터급 장면이 없어서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블루레이의 사운드는 단연 추천할 만하다.
-자막 : 한국어 자막 없음. 영어 자막 지원
-화질 : X (HD 디스플레이가 지금 없어서 뭐라 할 수 없는 상황)
-그외 : 표지가 정말 죽음이다. 주인공인 독거노인의 아버지 심정을 대변하는 이 장면...
정말 대단하다. 양키 센스가 보통 이상한 표지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 북미판인데,
그야말로 드문 예술의 상황이다.






 *** 잡설 ***
-영화는 정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잘 만들어져 있다.
보통 이런 복수에 가까운 스토리는 그 복수의 쾌감을 위해 전반이 지루하거나
지나치게 기분이 구질해 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완전히 예외다.

-이상한 취급을 받는 게 이상한 주인공... 이 영화에 대한 혹평을 보면 주인공의 딸에 대한 집념을
이상한 쪽으로 보는 시각들이 있다. 딸의 안전이 아니라 순결 덕후라느니 등등... 참 이상할 따름이다.
중후반 딸을 위해 엄청난 피바람을 일으키는 이 영화의 주인공에 대한 설명은 초반에 충분하게
잘 되어 있다. 이혼하고 오로지 딸만 바라 보는 아버지... 심지어 인기 가수의 공연의 경비를 맡게 되자
가수를 보고 대뜸 한다는 말이 가수가 꿈인 딸에 대한 상담이다.그런 아버지가 딸의 위기를 알게 되자
모든걸 팽개치고 자신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 난관을 헤쳐 나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그저 액션만 보고 초반의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흘려 들은 결과는 아닐지...

-프랑스에서 그 난리를 치고도 무사히 돌아온 주인공이 이상할까?
사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일 것이다. 어차피 전 정보국 인물들이 개입된 상황인데가,
이 사건을 공론화할수록 위기를 맞는건 프랑스지 주인공이 아니다. 국가 권력이 범죄 조직을
방치도 아니고 결탁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고 그 범죄도 질이 무척 나쁜 상황이고,
피해자들이 피해를 본 상황은 국가적 신인도를 대거 낮출 수 있는 위험한 상황...
 어차피 프랑스로선 을이면 을이었지 갑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어설픈 정의심으로
언론에 공개해 일을 크게 벌이지 않은 주인공에게 감사하며 제발 조용히 나가주기를 바라는 것이
프랑스 정부일테니 말이다. 게다가, 은퇴했다고 해도 어차피 민간인이 아니라 특수 기관쪽
사람이니 더욱 그렇고 말이다.